[이사장님의 기고글] 두 가지 기적 -월간 꿈C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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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기적
부활, 파스카(pascha)란 '통과하다' '거르고 지나가다'는 뜻의 히브리어 '페사흐'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원래 근동의 유목민들은 어린 짐승을 잡아 제사를 지내며 가축 번성을 기원하는 축제를 지냈습니다. 유목민들에게는 가축이 재산이었습니다. 이 가축이 돌림병에 걸리면 어떻게 될까요? IMF가 오는 것입니다. 재산을 모두 잃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목민들은 자신의 집에는 가축병이 돌지 말고 건너뛰어 가라고 어린 짐승을 잡아 제사를 지낸 것입니다. 이 제사가 파스카입니다. 그러니까 파스카는 건너뛰라는 것입니다. 구제역이 우리 집에는 오지 말고 다른 곳으로 가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모세는 이 파스카의 내용을 업그레이드 시킵니다. 모세는 기원전 1230년 경, 이스라엘 백성을 노예로 잡아 두려는 파라오의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 여러가지 재앙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파라오는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러자 마지막 열 번째 재앙이 일어납니다. 사람은 물론 가축들까지 모든 맏이를 죽이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느님의 지시에 따라 양을 잡아 그 피를 집 문설주에 발라 놓았습니다. 피가 발린 집은 건너뛰고 나머지 집은 모두 재앙을 당했습니다. 그렇게 이집트를 탈출합니다. 신약에 와서 예수님이 이 파스카 축제를 또 한번 업그레이드 시킵니다. 유한한 이 세상의 삶에서 저 무한한 삶, 영원한 삶으로 건너뛰는 부활이 그것입니다.
떼이야르 샤르뎅(Teilhard de Chardin 1881~1955) 신부님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인류에게는 커다란 두 가지 기적이 있다. 첫 번째는 우리가 없었는데 지금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유한한 삶에서 영원한 생명으로 건너뛴다는 것이다. 이는 무(無)에서 유(有)가 되는 것보다 더 큰 기적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 기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죽음 너머의 세상, 영원한 것에 대한 본능적인 갈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본능적 갈망은 대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청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들을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소리가 전혀 없는 세상에서는 청각은 퇴화할 것입니다. 시각도 마찬가지입니다. 볼 것이 없으면 시각은 퇴화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영원한 것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있는 것은 갈망의 대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톨릭 신앙 월간지. 월간 꿈CUM-
(2024년 7월 호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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