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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 어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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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복음화발전소관리자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359회   작성일Date 23-02-09 11:49

    본문

     

    어 무 이


    세수 남 보라고 씻는다 디?

    머리 감으면 모자는 털어서 쓰고 싶고, 

    목욕하면 헌 옷 입기 싫은 기 사람 마음이다.

    그기 얼마나 가겠노 만은, 

    날마다 새 날로 살라 꼬

    아침마다 낯도 씻고 그런 거 아이가. 

    안 그러면 내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낯을 왜 만날 씻겠노?


    고추 모종은 

    아카시아 핀 뒤에 심어야 된데이. 

    배꽃 필 때 한 번은 추위가 더 있다.

    뻐꾸기가 처음 울고 세 장 날이 지나야

    풋보리라도 베서 먹을 수 있는데, 

    처서 지나면 솔나무 밑이 훤하다 안 카더나.

    그래서 처서 전에 오는 비는 약비고, 

    처섯비는 사방 십리에

     천 석을 까먹는다 안 카나. 


    나락이 피기 전에 비가 쫌 와얄 낀데....

    들깨는 해 뜨기 전에 털어야 

    꼬타리가 안 뿌사지서 일이 수월코,  

    참깨는 해가 나서 이슬이 말라야 

    꼬타리가 벌어져서 잘 털린다.


    그나저나 무신 일이든 살펴봐 

    감서 해야 한다. 

    까치가 집 짓는 나무는 베는 기 아니다.

    뭐든지 밉다가 곱다가 하제. 

    밉다고 다 없애면 시상에 뭐가 남겠노?


    낫이나 톱 들었다고 살아 있는 

    나무를 함부로 찍어 대면 

    나무가 앙 갚음하고,

    괭이나 삽 들었다고 막심으로 땅을 찍으대문

    땅도 가만히 있지 않는기다. 


    세상에 씰데 없는 말은 있어도 

    씰데없는 사람은 없는기다. 


    나뭇가지를 봐라.

    곧은 건 괭이자루, 

    휘어진 건 톱자루, 

    갈라진 건 멍에, 

    벌어진 건 지게, 

    약한 건 빗자루, 

    곧은 건 울타리로 쓴다.


    나무도 큰 넘이 있고 

    작은 넘이 있는 것이나, 

    여문 넘이나 무른 기 

    다 이유가 있는 기다.


    사람도 한가지다. 

    생각해 봐라. 

    다 글로 잘 나가문

    농사는 누가 짓고, 

    변소는 누가 푸노?

    밥 하는 놈 따로 있고 

    묵는 놈 따로 있듯이, 

    말 잘 하는 놈 있고 

    힘 잘 쓰는 놈 있고, 

    헛간 짓는 사람 있고, 

    큰 집 짓는 사람 다 따로 있고, 

    돼지 잡는 사람, 

    장사 지낼 때 앞소리 하는 사람도 

    다 있어야 하는 기다. 

    하나라도 없어 봐라. 

    그 동네가 잘 되겠나.


    내 살아보니 짜달시리 

    잘난 넘도 못난 넘도 없더라

    하기사 다 지나고 보니까네 

    잘 배우나 못 배우나 

    별 다른 기 없더라.

    사람이 살고 지난 자리는, 

    사람마다 손 쓰고 마음 내기 나름이지, 

    많이 배운 것과는 상관이 없는 갑더라. 


    거둬감서 산 사람은 지난 자리도 따시고, 

    모질게 거둬들이기만 한사람은 

    그 사람이 죽고 없어지도

    까시가 돋니라.


    우짜든지 서로 싸우지 말고 

    도와 감서 살아라 캐라. 

    다른 사람 눈에 눈물 빼고 

    득 본다 싶어도 끝을 맞춰 보면 

    별 거 없니라. 


    누구나 눈은 앞에 달렸고, 

    팔다리는 두개라도 입은 한개니께

    사람이 욕심내 봐야 

    거기서 거기더라. 

    갈 때는 두손 두발 다 비었고. 

    말 못하는 나무나 짐승에게

    베푸는 것도 우선 보기에는 

    어리석다 해도 길게 보면 득이라. 


    모든 게 제 각각, 

    베풀문 베푼대로 받고, 

    해치문 해친 대로 받고 산지라.

    하매 사람한테야 구지 말해서 뭐하겠노? 


    내사 이미 이리 살았지만

    너그는 우짜든지 

    눈 똑바로 뜨고 단디 살펴서,  

    마르고 다져진 땅만 밟고 살거라이.

    개가 더버도 털 없이 못 살고, 

    뱀이 춥다꼬 옷 입고는 못 사는 기다.


    사람이 한 번 나면, 아아는 두 번 되고 

    어른은 한 번 된다더니, 어른은 되지도 못하고

    아아만 또 됐다. 

    인자 너그 아아들 타던 유모차에도 

    손을 짚어야 걷는다니.


    세상에 수월한 일이 어디에 있나?

    하다 보면 손에 익고 또 몸에 익고

    그러면 그렇게 용기가 생기는 게지

    다 덜 그렇게 사는 게지~ ~ ~


    ※ 어느 어머니의 말씀을 아들이 옮겨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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