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님의 기고글] 아씨시 순례(06) : 포르치운쿨라(01) - 월간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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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시 순례(06) : 포르치운쿨라(01)
오늘은 식당에서 아침 식사도 하지 않고 바로 순례길에 나섰다. 숙소에서 ‘포르치운쿨라’까지는 약 2킬로미터 거리라 버스를 타야 한다면서 차표를 한 장씩 주셨다. 새벽의 상큼한 공기와 하늘, 바람이 어찌나 좋던지…. 걷기를 지독히도 싫어하는 내가, 신부님께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걸어가자고 했더니 “그럴까요?” 하신다. 그때 걸으면서 했던 묵상이 얼마나 소중하게 가슴에 남는지 모른다.
아씨시 성 안에서부터 성 밖 ‘포르치운쿨라’까지 걸어가는 길은 아름다운 벽돌 길이었다. 이 길을 사부님은 내내 오가셨는데 아마 나병 환자를 만난 것도 이 근처의 들판일 것이다. 종종 걸음으로 서둘렀으나 30분은 족히 걸렸다. 서둘러 미사 준비를 했는데, 8월 2일 ‘포르치운쿨라의 천사들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축일’ 미사 전례였다. 포르치운쿨라는 그야말로 ‘작음의 신비’가 느껴지는 거룩한 곳이었다. 제대 가까이 몇 명이 둘러 앉았고 나머지는 바닥에 앉았다. 강론에서 신부님이 말씀하셨다.
“사도 바오로가 그리스도를 알고 나서 모든 세상 것을 쓰레기로 여겼듯이 성 프란치스코도 하느님을 알고 나서 하느님에 대해 맛을 들였다. ‘맛을 보다’는 관상이다. 성 프란치스코는 ‘작음의 신비’를 맛보고 하느님께 미쳤던 성인이다. 하느님 신비에 대한 미식가(美食家)였다.”
양형 영성체를 하고 성혈이 몸에 퍼지는 순간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주님 발 밑으로 흘러내리는 보혈이 내 죄를 씻으시네…, 구석구석 내 영혼의 때를 씻어 내리시네…, 못 박혀 흘리시는 주님의 피로 내 죄가 씻어지네….’
미사가 끝나자 ‘성모님께 자신을 바치는 기도’를 다 함께 바쳤다.
“오 달고 단 예수님… 저의 몸과 마음, 저의 모든 좋은 점, 내적 외적 모든 행실.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의 모든 가치로운 모든 선행을 종으로서 바치나이다. 저를 다스릴 모든 권리와, 제가 가진 모든 것 남김없이 바치오니, 주님의 발자취를 따랐던 성 프란치스코를 따라 더욱 열심히 살아가게 하소서.”
미사를 마치고 성당 밖으로 나오니 밝은 햇살이 비추이고 있었다. 성당 중앙 꼭대기에 금빛 옷을 입으신 성모마리아 상이 두 팔을 벌리고 반기는데 일행 중 누군가가 “성모님 저 왔어요!” 하며 두 팔을 높이 쳐든다. 그렇게 성모님이 내려다보고 있는 마당 계단에 앉아 아침 식사로 빵을 먹고 성무일도를 바친 다음 ‘포르치운쿨라’에 대해 신부님의 설명을 들었다.
〈다음호에 계속〉
-가톨릭 신앙 월간지. 월간 꿈CUM-
(2026년 10월 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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