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님의 기고글] 153 -월간 꿈C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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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후 제자들은 실의에 빠집니다. 베드로는 "에이~이제 고기나 잡으러 갈래"라며 과거에 버렸던 그물을 다시 손에 잡았습니다. 그런데 3년 동안 손에서 놓은 고기잡이가 잘 될 리 있겠습니까? 이때 어떤 분이 나타나 배 오른편에 그물을 치라고 합니다. 그 말에 따랐더니 물고기가 많이 잡혔습니다. 정확히 153마리가 잡혔습니다.(요한 21,11 참조)
그런데 왜 하필이면 153마리였을까요? 요한 복음사가는 왜 정확히 153이라는 숫자를 기록했을까요? 이에 대해 어떤 분들은 이렇게 해석하기도 합니다. 1에서 2를 더하고, 그 2에서 3을 더하고, 다시 4를 더하고…, 이렇게 17까지 더하면 153이 된다고 합니다. 여기서 17은 10계명 등 성경에서 중요한 10이라는 숫자와 7성사 등 7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좀 더 신빙성 있는 해설은 성경 전체를 라틴어로 번역(vulgata)한 성 히에로니무스(Eusebius Sophronius Hieronymus, 348~420)의 주석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히에로니무스 성인은 "아마도 예수님 시대에 갈릴래아 호수의 어종이 153종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모든 종류의 고기를 다 잡았다는 것이죠. 이 해석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 '모나미 153 볼펜'입니다.
어쨋든, 물고기가 많이 잡히자 순간 베드로는 그제야 눈이 떠지고, 주님을 알아봅니다. 베드로는 3년 전에도 비슷한 일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당시에도 베드로는 물고기를 잡지 못하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른 후 물고기를 많이 잡았습니다. 때는 아침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이제 베드로가 잡은 물고기로 숯불구이를 해 주십니다. 아침식사입니다. 여기서 예수님이 식사를 함께한다는 것은 '친교, 용서, 화해'를 뜻합니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까를로 마리아 마르띠 추기경님이 해설하신 요한복음 21장에 따르면 "하느님은 우리가 용서를 청하기도 전에 용서해 주시는 하느님"이십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세 번이나 배반한 것에 대해 용서를 청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먼저 베드로를 찾아가 아침식사를 준비해 주십니다. 함께 식사한다는 것은 용서한다는 뜻입니다. 더 나아가 예수님의 몸을 먹고 피를 마시는 것 자체가 용서와 화해, 일치입니다. 그렇게 예수님은 음식을 통해 제자들을 용서하시고 그들과 화해하십니다.
이후 제자들이 어떻게 행동합니까? 다시 그물과 배를 버리고 예루살렘으로 갑니다. 고향을 버리고 다시 예루살렘으로 갑니다. 그렇게 다시 성령을 받고 교회가 시작됩니다. 그분들이 전했던 것은 바로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입니다.
-가톨릭 신앙 월간지. 월간 꿈CUM-
(24년 6월 호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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